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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야기
物語

쇼와 62년, 12월의 겨울.

 

곧 방학식입니다.
구름 없이 하늘은 시리고, 나뭇가지가 앙상하게 말라가는 계절.
가끔 내리는 함박눈이 시선을 앗는 계절.
그리고 괜한 호기심이 불쑥 고개를 내미는 계절

스즈란 학원에는 학생들에게 전해내려오는 전통이 있습니다.
바로 겨울 방학식 이후 다 같이 몰래 모여, 학교의 규칙을 하나 깨는 것.
그러니까, 해가 진 이후 집으로 들어가라는 규칙 말입니다.

바로 위 선배들도 그 전통에 따랐다는데요.
방학식 날, 집으로 돌아간 척하며 다시 학교로 돌아와 담력 시험을 했다고 합니다.

청소 시간 중 발견된 그 쪽지에 우리는 들떠 모여 앉았습니다.
의제는 ‘전통을 따를 것인가 말 것인가.’
어설프게 시작된 회의는 규모에 걸맞게 빠르게 끝났습니다.

다가오는 입시에 불안을 떨던 친구들도,
마을의 엄격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친구들도,
평소라면 듣는 척 마는 척 했을 친구들도,
그냥 놀고 싶었던 친구들도,
혹은 그냥 분위기를 탔던 친구들도 있었겠지만
결과적으로 3학년 1반의 학급 모두는 그 전통을 따르는 것에 찬성했습니다.

이정도의 일탈은 괜찮겠지요?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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